[ 4 ]
“흐으읏, 아아아앗!”
차가운 얼음 다음에는 뜨거운 자극이었다. 국부에 뭐가 닿았는지 모르고 있다가 미끄덩 움직인 후, 쭈웁 빨아들여서 그 정체를 알았다.
혀가 소중한 곳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흘러 떨어지는 액체를 핥을 뿐만 아니라 세게 빨아들여서 안에 있는 즙까지…….
“싫어어어, 안 돼!”
오싹오싹 소름이 끼쳤다. 내 은밀한 곳이 부들부들 떨면서 원한다는 듯 소란을 부렸다.
빙빙 에둘러서 애를 태우고……. 아아, 심술이 너무 심하잖아…….
작지만 힘 있는 움직임으로 부드러운 부분을 압박했다. 질 내부는 압박을 받자 수축했다. 얕은 부분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문지르다가 혀끝으로 한층 더 민감한 곳을 핥았다. 그런 행위에 꽃술이 나를 향해 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빨리 하고 싶어!
안까지 와줘!
그 소리에 나 자신이 굴복하고 말았다. 하고 싶어──.
“리카.”
멀리서 아이스 프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맑은 목소리……. 그래서 감정이 없는 말투로 명령했을 때 모두가 벌벌 떨어대는구나.
“리카, 듣고 있어?”
듣고 있었다. 하지만 대답은 무리……. 소중한 부분이 흠칫거렸고, 나는 그 부분에 힘을 넣었다가 뺐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 몸에 일어나고 있는 성적 쾌감에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리카, 일어서. 이쪽을 봐.”
“……아응.”
그가 어깨를 붙잡았다.
“사장님…….”
“그게 아니지. 몇 번을 고쳐줘야 돼? 아니면 버릇없는 펫을 연기해서 관심을 끌어보려고 하는 건가?”
아아, 진짜 너무 못됐어.
“주인님.”
“──.”
아이스 프린스의 얼굴이 두 겹으로 보였다. 나, 어떻게 된 것일까?
뭐야,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아무 말이 없어?
“리카, 이쪽을 보고 옷을 벗어.”
하이힐을 신고 있던 감촉이 어느 틈엔가 사라져 있었다. 아이스 프린스 쪽을 향하려고 하자, 발에 걸린 팬티스타킹과 속옷이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래서 책상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아, 우웃.”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스 프린스의 품속이었다. 탄탄하고 힘이 느껴졌다.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 화장수? 취할 것 같아.
내 움직임이 둔해진 탓인지, 아이스 프린스가 다리에 휘감긴 팬티스타킹과 속옷을 제거해주었다. 몸이 자유로워졌다.
“리카.”
뺨에 따뜻한 감촉이 일어서 얼굴을 들었다가 눈이 마주쳤다.
인기가 많은 만큼, 배우처럼 잘생긴 근사한 얼굴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바로 눈을 돌렸었다. 계속 쳐다보았다간 마음을 빼앗길 것만 같아서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받기를, 선택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런 불가능한 일은 처음부터 바라지 않는 것이 좋았다. 상처받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되도록 모습을 보지 않도록 조심했었다.
그랬는데──.
아이스 프린스의 얼굴이 다가와 시야 가득 펼쳐졌다. 그 사실을 깨닫자 입술에 부드러운 것이 와 닿더니 내 입술을 덮었다.
“흐으읏.”
강하게 겹쳐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 으읏.”
숨이 막혀 몸을 비트니 조금 떨어졌다. 그 거리에서 재차 키스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교대로 겹치다가 마지막엔 콕콕 쪼듯이 내 입술에 닿았다. 그리고 다시 깊어지고…….
“아으응.”
눈이 빙빙 돌 것 같았다. 스윽, 아이스 프린스의 몸이 떨어졌다.
“전부 벗어. 끝까지 하고 싶지?”
끝까지──.
어중간하게 지잉지잉 내 은밀한 곳이 울리고 있었다. 그 말에 따르면 해줄 거야?
싫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아, 하지만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
“리카, 빨리.”
이름을 부르며 재촉하자, 안 그래도 풍전등화 같던 내 이성은 완전히 폭발해버렸다.
옷을 전부 벗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 끝까지 해주는 거지?
회사 사람들의 인기를 독점하고 있는 아이스 프린스가 나를 원하고 있는 거야?
앞이 벌어진 블라우스를 벗고 브래지어도 풀었다. 이미 다 보였으니까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걷어 올라가 있던 타이트스커트도 후크를 풀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실로 간단했다. 팬티는 스타킹과 함께 제일 먼저 벗겨져 있었으니까.
“이쪽을 보고 앉아.”
시키는 대로 아이스 프린세스와 마주 보고 다시금 책상에 앉았다.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려, 리카.”
그 말은, 소중한 부분을 보여달라는 소리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여기까지 생각하다 말고 나 자신에게 쓴웃음을 짓고 싶어졌다. 사장실에서 전라가 되어 있는 거야. 그런 상황이라고. 이 사람은 나를 장난감으로 취급하고 있어. 진심으로 나를 섹스 장난감으로 삼고 있어. 아까 실컷 당했잖아.
그런데도 아직 진심이니 뭐니 생각하는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다.
얼음 플레이를 떠올렸더니 갑자기 몸속이 찌잉 떨리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책상에 손을 짚고 몸을 뒤로 기울이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렸다. 이른바 M자형 다리라는 자세였다. 이제 모든 게 완전히 드러났다. 공기가 닿아 차갑게 느껴졌다.
내가 이런 짓을 하다니.
“좋은 경치로군.”
목소리가 보이지 않는 채찍이 되어 내 온몸을 후려쳤다.
아니, 말뿐만이 아니다. 시선도──.
이 얼마나 파렴치한지. 만지지 않아도, 그저 보고 있기만 해도 이렇게 부끄러워지다니…….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강경하게 굴면서도 말로 꺼내지는 못했다.
“떨려?”
“……부끄러워요.”
“그렇군. 그럼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게 만들어 주지.”
“앗!”
그가 무릎을 잡고 크게 벌렸다. 중앙의 움푹 파인 소중한 화원이 훤히 드러났다. 벌려진 순간 쩌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음란한 화원의 문이 열렸나?”
“히약!”
또다시 차가운 감촉이 비밀의 장소에 울렸다.
이번 자극의 정체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정면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아이스 프린스가 손에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은, 지시봉…….
아까와는 달리 차가운 금속 부분이 안쪽 깊은 곳까지 찌르고 들어와 격렬하게 느껴져─아아앗!
“싫어어어어.”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늘고 예리한 끄트머리가 안쪽, 더 안쪽까지 찌르며 나를 농락했다.
“……아아, 앗, 아, 싫어어.”
찔릴 때마다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눈을 뜨고 보니, 국부에서 은색 막대기가 자라 있는 꼴이었다. 이 음란한 광경이라니!!
이런 건 너무 외설스러워.
“안 돼……. 이런 건, 너무해.”
눈앞이 흐려졌다. 그건 지금의 상황이 슬퍼서인지, 닥쳐오는 관능의 폭풍에 떨려서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스 프린스의 얼굴이 흐려지며 초점이 맞질 않았다.
“싫어? 그렇군.”
어느 틈엔가 내부를 괴롭히던 지시봉은 차갑지 않게 느껴졌다. 뜨겁게 농익은 질 내부의 열이 전해져 지시봉도 데워졌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 지시봉이 쑤욱 빠져나가자 음란한 자극이 사라졌다.
“우우웃.”
음탕한 행위가 끝났는데, 내 아랫도리는 아직도 찌잉찌잉 뜨거웠다. 뿐만 아니라 지배자를 잃고 실망이라도 한 듯 저릿했다.
“리카.”
이름을 불려 얼굴을 들자, 아이스 프린스가 내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아으윽!”
자극이 부활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느닷없이 침입해 들어와 숙성된 내부를 휘저었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또 다른 감각을 이끌어내는 바람에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점점 이성을 잃었다.
“아아앗, 안 돼, 그만해.”
안 된다느니, 싫다느니, 그런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눈을 떴더니 아이스 프린스의 차가운 눈빛이 보이며, 몸을 농락당하고 있다든가, 말도 안 되는 계약을 맺었다든가, 묘하게 냉정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손가락이……. 거기는…….
“아윽, 아! 히윽.”
몇 번인가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자 급격히 젖어들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매끄러워서 찌걱찌걱 음란한 소리가 다시 울렸다. 아이스 프린스의 손가락이 미끄러운 꿀을 휘감으며 나의 안쪽을 지분대는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
“아, 히야악!”
꾸욱, 깊은 곳까지 찔려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양팔을 몸 뒤쪽으로 뻗어 내 몸을 받치고 있었지만, 그 팔이 떨려왔다.
“리카…….”
찌걱찌걱, 귀를 틀어막고 싶게 하는 소리가 나던 중, 아이스 프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퍼뜩 얼굴을 들고 눈을 떠보니, 어쩐지 묘하게 애틋한 눈빛과 마주쳐서 당혹스러웠다.
“사장님…….”
그 순간, 아이스 프린스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 그렇지. 그랬었어…….
“주, 주인님…….”
맹렬한 관능의 폭풍이 몸의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랐지만, 나는 아이스 프린스의 얼굴에 시선이 못박혀버렸다…….
주인님이라고 말한 순간 화가 난 듯 잡혀 있던 주름이 사라지며 곤란한 것 같기도,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한, 뭐라 표현하기 힘든 표정과 눈빛이 되었다.
그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말았지만, 그것은 아이스 프린스의 손이 멈춰 있었기 때문이었다. 움직이기 시작하자 또…….
“흐아아아앙. 안 돼──!”
찌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좁은 길의 점막을 상하좌우 온갖 각도에서 눌러 쾌감이 단숨에 솟아올랐다. 파도가 몇 겹이나 일어, 몸을 지배하며 밀어닥칠 만큼 커졌다. 알 수 없는 흥분은 빨리 절정에 도달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변모해 갔다.
아아, 안 돼. 정말로 안 돼. 내 이성은 어딘가로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빨리 가버리고 싶어서, 절정에 이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노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어디까지든 추락해도 좋으니까 아무튼 가버리고 싶어!
“싫어어어어, 빨리.”
“가버리고 싶어?”
질문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원해. 빨리 도달하고 싶어.
큰 파도를 뛰어넘어 높이──.
“크읏.”
눈앞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절정에 가까워졌어? 이제 곧?
“이제, 조금……. 아아앗!”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더니 반짝반짝하는 빛이 커지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 * *
“…앗.”
“정신이 들었어?”
아이스 프린스의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내가 정신을 잃었었나? 아, 이 경우에는 잠들었다고 해야 되나?
“저어, 사……, 아니, 주인님.”
사장이 훗 웃었다.
내가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
“그랬……. 저기.”
“그렇게 기분 좋았어?”
……으윽.
그런 식으로 물으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답하며 몸을 일으켜 내가 놓인 상황을 파악했다.
나……, 옷을 입고 있어. 조금 흐트러지긴 했지만.
그 상태로 3인용 소파에 누워 있었던 모양이었다.
“저어…….”
“응?”
“옷…….”
“아아, 알몸으로 자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안 되니까. 하지만 스타킹은 찢어질 것 같아서 안 신겼어.”
얼굴이 화악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사내에서 쿨 사장, 아이스 프린스라고 불리는 사람이 속옷부터 몽땅 옷을 입혀주다니!
“죄송합니다!”
“뭐?”
“네?”
아이스 프린스가 너무 크게 놀라서 나까지 놀랐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얼굴을 마주 봤다.
잠깐의 침묵 후, 나는 내가 놀란 이유를 설명했다.
“그게……, 사귀지도 않는 사람이 옷을 입혀주셔서…….”
“…….”
어? 아이스 프린스의 표정이 바뀌었어? 지금 막 미안하다는 듯한 느낌이었던 게 조금 화난 듯한, 기분 나쁜 듯한 표정으로……. 아, 하지만 평소의 아이스 프린스로 돌아갔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지금 이 느낌은 기분 탓일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새삼스럽지만, 아이스 프린스라는 표현은 정말 그에게 딱 맞는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식사는 했어?”
“아, 아까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었어요.”
“그럼 집까지 바래다주는 길에 어디서 먹고 가자.”
“네에?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큰 소리를 질러 놀라게 했는지, 아이스 프린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래다주실 거예요?”
“이런 시간까지 붙잡아놨는데 당연하지.”
그 말에 시계를 보니 9시를 조금 넘은 참이었다.
아니, 전철 타고 충분히 갈 수 있는 초저녁인데…….
“나도 배가 출출하니까……. 왜 그러지?”
이번엔 내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아니, 그가 놀라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혼자 놀란 것뿐…….
아이스 프린스라고 불리는 만큼, 늘 억양 없는 담담한 말투였기 때문에 아무리 때려도 깨지지 않는 강철처럼 딱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배가 출출하다는 둥 평범한 남자가 쓰는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었는데…….
특별함이 철철 넘치는 존재였지만, 역시 아이스 프린스도 인간이구나 싶었다.
너무 실례잖아…….
그러고 보니 눈을 떴을 때부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했더니, 아이스 프린스가 넥타이를 안 하고 있었다. 와이셔츠의 첫 번째 단추도 풀어져 있고…….
그걸 깨달으니 갑자기 심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세게 맥박 쳤다.
많은 생각이 갑자기 머릿속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나, 이 사람 앞에서 다 벗고 소중한 부분을 드러낸 채 실컷 농락당하다 절정에 이르기까지 했었지……. 펫 계약이라는 것을 맺고.
우와앗.
“리카? 왜 그래?”
게다가 이 타이밍에 퍼스트 네임으로 부르고!
심장아, 진정해!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이스 프린스가 일어서서 시선으로 그를 좇았다. 그는 양복 재킷을 들고 책상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돌아왔다.
“가자.”
가? 아, 그렇지. 식사였다.
두근두근 크게 뛰는 심장에 정신이 팔려 머리가 제대로 돌질 않았다.
게다가 무엇보다, 역시 이렇게 보니 이 사람은 스마트하고 잘생기고 멋있었다. 손이 닿지 않는 절벽의 꽃으로, 나 같은 존재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을 테니까 동경 이상의 마음을 품지 않도록 의식의 틀에서 쫓아냈지만 이런 식으로 거리가 좁혀지고 나니 다른 여직원들처럼 로맨스를 바라게 되었다.
위험해……. 어떡하지?
두근거리며 일어섰다가 다른 의미로도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외치듯 말하고 스타킹을 신으려 했지만, 너무 당황해서 잘 되지를 않았다. 이러다 괜히 찢어지기라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찬찬히, 아이스 프린스가 보고 있는 것도 상관없이 타이트스커트를 올리고 끙끙거리며 스타킹을 당겨 올렸다.
그리고 어쩐지 후줄근해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몸단장을 하고, 가방을 들고 앞을 본 순간, 눈이 마주쳤다.
헉! 이런 흉한 꼴을!
빤히 이쪽을 보고 있는 아이스 프린스에게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느껴졌지만, 그래 봤자 이미 늦었어! 라고 자신을 다그치며 되도록 평정을 가장했다.
“다 됐어요.”
“……그래, 가자.”
아이스 프린스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고급 차 앞에서 멈춰서더니 타라는 듯 재촉했다.
우와아, 핸들이 왼쪽에 있어…….
이 차의 조수석에 타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라는 여자들이 잔뜩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들켰다간 멍석말이라도 당할 것 같았다.
하지만 굳어 있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더럽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경치가 달라서 이상한 느낌.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펫 계약도, 아까의 야한 명령도, 이 상황도, 더는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계측기의 바늘은 완전히 한계를 넘어섰다. 이제는 틀렸어…….